Korean Society of Muscle and Joint Heal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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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of Muscle and Joint Health - Vol. 28 , No. 2

[ Article ]
Journal of Muscle and Joint Health - Vol. 28, No. 2, pp. 161-173
Abbreviation: J Muscle Jt Health
ISSN: 1975-9398 (Print) 2288-789X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1 Aug 2021
Received 17 Mar 2021 Revised 28 Jul 2021 Accepted 29 Jul 2021
DOI: https://doi.org/10.5953/JMJH.2021.28.2.161

복합만성질환자의 의료이용 과정에 관한 근거이론적 탐색
유수영1) ; 유명순2)
1)전주대학교 간호학과 조교수
2)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An Exploratory Study of Healthcare Utilization Process among Patients with Multimorbidity
Yu, Soo-Young1) ; You, Myoung Soon2)
1)Assistant Professor, Department of Nursing Science, Jeonju University, Jeonju
2)Professor, Graduate School of Public Health, Seoul National University, Seoul, Korea
Correspondence to : You, Myoung Soon Graduate School of Public Health, Seoul National University, 1, Gwanak-ro, Gwanak-gu, Seoul 08826, Korea. Tel: +82-2-880-2774, Fax: +82-2-762-9105, E-mail: msyou@snu.ac.kr


ⓒ 2021 Korean Society of Muscle and Joint Health

Abstract
Purpose:

This study examined: 1) what it meant for patients to have multimorbidity 2) how they manage their illness using health care facilities, and 3) what contextual backgrounds exist regarding the health care system.

Methods:

This qualitative research obtained individual in-depth interviews from 22 patients. Participants were selected by purposive sampling among those who saw physicians more often than the national average from the 2013 medical-claim data. The transcribed data were analyzed using Ground theory.

Results:

Multimorbidity patients suffered from "chain-like serial symptoms" and "pain without a breakthrough". They expressed themselves as "indeed patients among patients", "my body is a general hospital", and "an incompletely normal person". There was a demand to resolve the anxiety arising from the situation in which the body keeps getting sicker without showing any signs of recovery. In a state of reduced social support and a lack of trust in the doctor, their desire to be healed led them to receive a temporary relief through dependence on medical institutions.

Conclusion:

This research recognized the desire of multimorbidity patients to seek temporary relief through dependence on medical institutions. A more patient-centered directed care plan, specific to the needs of the patients with multimorbidity is required.


Keywords: Multimorbidity, Patient acceptance of health care, Qualitative research
키워드: 복합만성질환, 의료이용, 질적연구, 근거이론

서 론
1. 연구의 필요성

평균수명이 연장되고 만성질환 유병률이 높아짐에 따라, 단일 만성질환자뿐 아니라 만성질환을 2개 이상 가지고 있는 환자의 수도 증가하였다. 우리나라의 만 18세 이상의 8대 만성질환가운데 1개 이상의 질환을 가지고 있는 비율이 44.0%이며, 고혈압과 당뇨병을 동시에 앓고 있는 동반질환자는 7.3%로 매해 증가중이다(Korea Institute for Health and Social Affairs [KIHASA], 2019; KIHASA, 2020). 65세 이상의 노인의 경우 만성질환 유병률은 95.6%로 높으며, 이 중 27.9%는 두 개, 30.0%는 세 개 이상의 질환을 갖고 있다(KIHASA, 2020).

복합만성질환(multimorbidity)은 2개 이상의 만성질환(multiple chronic conditions)을 동시에 이환하는 경우를 일컫는다(van den Akker, Buntinx, Metsemakers, Roos, & Knottnerus, 1998). 20세 이상 한국인의 40%에 다다르는 인구에서 2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고 의료비의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환된 질환 수와 의료이용량 및 의료비용간의 양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고된 바 있다(Kim, Hwang, & Yoo, 2014).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비용이 지출되는 질환조합은 고령층의 경우, 고혈압과 관절염이 조합된 형태였다(Kim et al,, 2014).

우리나라 1인당 연간 의료기관 방문횟수는 평균 16.9회로 매해 증가한 가운데, 경제개발 협력기구 국가 중 1위에 해당하고 의료비 지출 상승폭 또한 가장 큰 것으로 측정되었다(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OECD], 2019). 의료방문횟수의 상승과 의료비 지출의 증가가 적절한 의료보장을 받고 있는 지와 직결된다기보다는, 오히려 의료 서비스의 중복과 과도한 검사 내지 진찰로 불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고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이러한 가운데, 과도한 의료방문은 건강보험 가입자가 병원 치료비에 대한 이용자 부담이 적어 지나친 의료 서비스 이용을 하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라는 의식이 팽배한 가운데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외래 방문일수가 연 150일 이상인 환자들을 ‘합리적 의료이용 지원 사업 대상자’로 구분하여 2002년부터 제도적으로 집중관리하고 있다.

현행 집중관리 프로그램에서 건강보험 가입자인 ‘환자’는 의료 이용량을 줄여 국가적 차원의 치료비를 절감하는 목표의 대상자로서 질병관리 및 의료이용과 관련되어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해당 설명을 듣고 교육받는다. 해당 프로그램의 효과로 단기적으로 외래 방문일수, 투약일수에 있어 감소 경향이 나타날 수 있지만 장기적인 효과는 미지수이다. 의료이용은 사회의 지배적인 규범, 가치, 행위양식, 문화가 결합된 산물로 나타나는 사회적 관계(social relation)이기 때문이다(Cho, 2015). 특히 만성질환의 질병특성상 복합만성질환자의 의료이용을 단순히 병인(pathogen)과 매개체(agent)의 관계로 설정되기가 어렵다.

복합만성질환에 대한 사회적 담론이 병태생리학적 관점에 집중하는 임상 전문가적 입장과 보건의료재정과 자원 배분에 초점을 둔 행정가의 관점에서 형성되기보다는 환자의 주체성을 확장하는 형태의 담론 전개필요성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Hujala, Rijken, Laulainen, Taskinen, & Rissanen, 2014). 이에 반해, 복합만성질환자의 의료이용과 관련된 기존 국내 선행연구는 주로 통계적인 방법의 계량적 연구방법에 의해 의료이용실태나 의료비 지출 현황을 비롯한 실증적 지표를 산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Bae, 2014). 복합만성질환을 주제로 하는 연구와 관련된 기존 접근이 ‘질환’, ‘의료 서비스 이용’ 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데다가 ‘의료이용’ 및 ‘의료비’와 ‘만성병 관리’ 등을 목표로 하는 연구도 특정 기관 및 전문가의 영역에 한정되어 있다(Jung, 2013; KIHASA, 2013).

건강과 병의 주체인 자아 즉, 환자의 입장에서 복합만성질환자의 의료이용 과정을 탐색하는 국내외 연구가 미미한 현 시점에서 환자의 경험에 초점을 두어 복합 질환 관리의 실질적 양태와 기존 의료체제가 어떠한 맥락을 제공하는지에 대해서 탐색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질병치료에 목적을 두는 생의학적 모형에 주목하거나 경제학적 관점, 행정적 관점에서 복합만성질환자의 의료이용 행태를 이해하기 보다는 본질적으로 의료이용자 즉, 환자의 관점으로 이들의 경험을 심층적으로 탐색해보고자 하였다(Miller, 2010).

본 연구의 질문은 ‘복합만성질환자의 의료이용 경험은 어떻게 형성되는가?’이며, 복합만성질환자들의 경험과 맥락을 심층적으로 탐색하고자 근거이론방법을 통한 질적연구를 수행하였다. 복합만성질환자들에게 있어서 의료이용이라는 경험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고 이러한 경험이 개인적 삶의 다른 요인과 어떠한 연관성을 가졌는지를 탐색하고, 개별적 맥락과 사회문화적 맥락이 복합만성질환자의 의료이용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해 탐색하였다. 이러한 탐색을 통해 복합만성질환자의 의료이용과정에 대한 향후 개선방안을 찾는 실증적 근거를 제공하고자 하였다.


연구방법
1. 연구설계

본 연구는 근거이론접근을 활용한 질적연구로서 복합만성질환자의 의료이용과정을 탐색하고자 면담을 통해 질적 자료를 수집하였다. 귀납적 추론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근거이론 접근(Strauss & Corbin, 1994)을 통해 맥락에 대한 설명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본 연구의 주제인 복합만성질환자의 의료이용 과정을 탐색하기에 적합하다고 여겨졌다. 복합만성질환자로서 장기간의 유병기간 동안 참여자가 겪는 경험의 주요 현상, 그러한 현상의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 개인과 사회문화적 맥락, 중재적 요소, 개인의 독특한 반응과 전략, 의료이용 과정 등과 같은 역동성과 동태성이 반영된 다양하고 총체적인 기초자료를 얻기 위해서는 근거이론 연구방법을 적용하였다.

질적연구에서는 연구자 자신이 연구도구로서 사용되기에 이들의 타당성을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본 연구자는 3년 여간 상급종합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복합만성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투병 과정에 있어서 병리적 기전 및 임상적 특성과 병의원 이용과정에 있어 보건의료체계가 미칠 영향성에 대한 이해를 높임으로써 공감대를 잘 형성할 수 있었다. 질적연구의 엄격성을 높이고자 대학원석사과정과 박사과정에서 질적연구방법론 대학원 교과목을 수강하고, 질적연구에 다수 참여한 바 있다.

2. 참여자 선정

본 연구에 참여한 대상자는 2개 이상의 질환을 가지고 있는 복합만성질환자로서 의사소통이 가능하여 면담이 실행가능한 자를 대상으로 하였다. 이 기준에 따라 조현증, 환각장애 등의 중대한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자는 제외되었다. 단, 연령 및 진료 형태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서 선정된 대상자의 참여를 제한하지 않고 참여자의 의사소통을 도와주는 보호자 혹은 수화통역사와 같은 조력자를 동반한 경우에는 면담이 가능한 것으로 하였다.

2013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청구 자료를 기반으로 사회 인구학적, 질환별 특성, 이용형태를 구분하였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직영 병원 내 가정의학과 현직 의료인을 통해 목적적 표본 추출(purposive sampling)을 시행하였다(Moser & Korstjens, 2018). 심층 면담이 I병원에서 이루어지면서 공간적 제한으로 참여자를 K도 G시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참여자로 한정하였다.

구체적인 연구참여자 모집과 선정과정은(Figure 1)과 같다. 복합만성질환자의 의료이용을 분석한 결과, 의료이용 상위 1%의 평균 외래 내원일수는 143일로 나타났고(Yun, Baek, & Jeong, 2011) 이를 기준으로 연구참여자 선정 시에는 외래 방문일수가 연 150일 이상인 참여자를 모집단으로 선정하였다. 이는 현재 건강보험공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합리적 의료이용 지원 사업 참여자 선정기준 중 ‘과다의료이용이자-집중관리군’의 기준에도 부합한다. 의료기관 방문 사유 중 물리치료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므로(Yun et al., 2011) 이를 의료이용 행태 중 하나의 기준으로 적용하였다.


Figure 1. 
Stages for the selection of participants of the study.

이를 종합하여 의도적 표본 추출전략으로 참여자를 선정하였다. 먼저 다기관 의료이용 횟수의 상위 20명이 선정되었다. 여기에는 1개의 진료과를 여러 의료기관에 걸쳐서 이용하는 자, 1개의 의료기관에서 다수의 진료과를 이용하는 자가 해당된다.

두 번째는 의료기관 방문의 주 사유인 물리치료 이용자이다. 통증목적의 물리치료를 주로 이용하는 대상자 20명과 재활 목적의 물리치료를 주로 이용하는 대상자 20명을 각각 선정하였다. 또한 의료기관 방문의 주요 목적이 물리치료에 해당되지 않는 다빈도 외래 의료이용 상위 20명을 선정하였다.

위의 기준에 부합된 대상자인 총 100명을 1차적으로 선정하고 연 외래이용 일수가 높은 순서대로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영 병원의 가정의학과 연구실에 소속된 간호사가 본 연구의 목적, 연구참여자 선정 요건, 심층 면담을 통한 자료수집방법 등에 대해 전화상으로 설명하여 참여의사를 확인하였다. 해당 과정을 통해 선착순 18명이 최종적으로 선정되었다.

다양한 관점에서 복합만성질환자의 의료이용 과정을 파악하기 위해 본 연구의 참여자와 비교하고자 사회적 협동조합 의원의 이용자 4명을 추가로 선정하였다. 하지만 추가로 배정된 4명이 사회적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가 있는 상태에서 해당 병원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나지는 않았기에 별도로 비교집단으로 분류하지는 않았다.

3. 자료수집

본 연구참여자와의 개별적인 심층 면담(In-depth interview)을 통해 수집되었다. 1차 심층 면담은 2015년 9월 7일부터 9월 30일까지 10일간 총 22명과 면담이 이루어졌다(Table 1). 2차 심층 면담은 10월 26일부터 11월 5일까지 8일에 걸쳐서 16명과 추가 면담을 하고 상호 확인 과정(member checking, 참여자 점검)또한 이루어졌다. 참여자 1인당 평균 1~2회의 면담을 실시하였고 1회 면담시간은 최저 50분에서 최고 2시간가량이 소요되었으며 평균 면담시간은 약 1시간 30분이었다.

Table 1. 
Characteristics of Interview Participants (a total of 22 person)
No. Gender Age Education Symptom/ disease Medical claim data
Visit
frequency/
year
Number of
institution
Medical department and disease
1 F 70 Elementary school Diabetes, back pain, hypertension, rhinitis 335 9 Orthopedics (knee arthrosis), internal medicine (gastroenteritis)
2 F 72 Elementary school Diabetes, arthritis, hip joint, depression, hypertension 178 21 Orthopedic surgery (lumbar stenosis, knee arthrosis), internal medicine (diabetes disease), otorhinolaryngology (external otitis)
3 M 60 Diploma Diabetes, hypertension, right elbow arthritis, prostate cancer 97 7 Orthopedic (shoulder pain), internal medicine (diabetes disease), urology (prostate malignant neoplasm)
4 M 70 Elementary school Wrist pain, nausea, gout 222 8 Orthopedics (wrist tunnel syndrome, arthrosis, cervical spine stenosis), dermatology (ring nails)
5 F 73 Elementary school Sacral pain, headache, abdominal discomfort, hypertension, back pain, esophagitis, Thyroid removal, depression 193 16 Orthopedic surgery (lumbar spinal stenosis, knee arthrosis), internal medicine (hypertension, bronchitis, esophageal reflux disease, gastritis), Anesthesiology and pain medicine (neuropathy), otorhinolaryngology, mental health clinic
6 F 32 High school Dizziness, constipation, headache, menstruation pain, epilepsy 168 11 Obstetrics and gynecology (infectious diseases, diseases of the genitourinary system), internal medicine, neurology, surgery, otolaryngology
7 F 51 High school Back pain, knee pain, dyslipidemia 244 2 Orthopedics, urology/ obstetrics and gynecology
8 F 71 High school Knee pain, cadio-disease, restless legs syndorme, insomnia, urinary incontinence, cerebral infarct, dry eye 260 8 Orthopedics, internal medicine, dermatology, otorhinolaryngology
9 F 71 None Back pain, dyspnea, cataract, hair loss, diabetes, dyslipidemia 331 10 Rehabilitation medicine (osteoporosis), internal medicine (diabetes, gastroesophageal reflux), obstetrics and gynecology, orthopedics, dermatology
10 F 72 None Asthma, knee pain, glaucoma, hypertension 140 13 Internal medicine (bronchiolitis), ophthalmology (glaucoma), family medicine (chest pain), surgery (herpes)
11 M 46 Bachelor Diabetes, knee pain 114 6 Orthopedic (knee arthrosis), internal medicine (bronchiolitis)
12 F 75 Elementary school Knee pain, shoulder pain, gastrointestinal disease, hypertension, diabetes 147 11 Orthopedics (spine stenosis, knee arthrosis), internal medicine (diabetes), ophthalmology
13 F 68 Elementary school Insomnia, rheumatoid arthritis (back, finger, neck), depression 168 14 Orthopedic (knee arthrosis), internal medicine (rheumatoid arthritis), mental health clinic (depressive episode), dermatology (itch), ophthalmology (atopic conjunctivitis)
14 F 60 Master degree Degenerative arthritis, herpes zoster, neuralgia, gastrointestinal disease, cough/headache/cystitis 180 14 Orthopedic surgery (shoulder encapsulation), neurosurgery (encapsitis), anesthesiology and pain medicine (post-shingles neuralgia), Internal Medicine (hypertension)
15 F 78 Elementary school Gastroenteritis nervosa, knee pain, insomnia, urinary incontinence, dry ness in mouth, hypertension 211 11 Otorhinolaryngology (acute laryngitis), orthopedics (lower limb joint pain), dermatology (seborrheic dermatitis), mental health medicine (bipolar affective disorder)
16 F 77 Middle school Knee pain, insomnia, indigestion, constipation 271 14 Orthopedic surgery (ankle, lumbar pain). Internal medicine (hypertension, bronchitis), mental health clinic (anxiety, depression), ophthalmology (glaucoma, retinal disorder), neurosurgery
17 F 73 Elementary school Diabetes, back pain and numbness in legs, gastrointestinal disease, osteoporosis 205 15 Orthopedics (lumbar pain), internal medicine (diabetes disease, gastroenteritis, esophagitis), ophthalmology (cataract), obstetrics and gynecology (acute cystitis)
18 M 24 Bachelor Tropical spastic paraparesis, dry eyes 211 2 Rehabilitation medicine (tropical spastic paraparesis), family medicine, orthopedics, ophthalmology (dry eye syndrome), dermatology (dermal mycosis)
19 M 72 Elementary school Insomnia, benign prostatic hypertrophy, abdominal discomfort, angina, back pain 184 10 Orthopedic surgery (lumbar spondylosis), internal medicine (angina pectoris, gastritis, colitis), neurosurgery (cerebrospinal fluid leakage, intervertebral disc dislocation), mental health medicine, ophthalmology
20 M 58 Diploma Dyspnea, rhinitis, hypertension, diabetes, insomnia, shoulder pain 129 2 Orthopedics (shoulder lesions), internal medicine (diabetes disease), family medicine, dermatology
21 F 51 High school Vitiligo, rheumatoid arthritis, ear-nose-throat/ eye diseases 198 3 Rehabilitation medicine (rheumatoid arthritis, lumbosacral pain), otorhinolaryngology (laryngeal edema)
22 M 61 High school Cough, body ache, depression, diabetes, angina 216 2 Internal medicine (diabetes, bronchitis), neurology, ophthalmology, surgery
Users of social cooperative medical institutions, F=Female; M=Male.

첫 면담 시 연구의 목적과 방법, 면담 내용이 녹음되는 사실과 개인정보보호와 관련된 사항에 대해 충분히 설명한 후에 연구참여에 대한 동의를 구하고 면담을 진행하였다. 면담은 일과 및 직업 등 일반적 특성에 관한 질문으로 시작하였다. ‘가장 아프고 불편한 적은 언제였고 어떻게 해결하고자 하였는지 말씀해 주세요’ 와 같은 광범위한 내용의 대단위 범위(grand-tour question) 질문으로 시작하여 경험 및 현 상황을 이야기하도록 청유형으로 주요 소질문(mini-tour question)을 제시하였다. 면담자의 개입을 최소화하여 참여자가 자신의 경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도록 하였다.

4. 질적 자료분석

본 연구는 질적연구로서 복합만성질환자의 의료이용 경험이라는 과정을 고려하여 전개라는 특성을 분석할 수 있는 근거이론 접근을 기반으로 하였다(Strauss & Corbin, 1994). 근거이론접근의 체계적이고 분석적인 절차를 통해 복합만성질환자의 의료이용에 대한 과정, 행동,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이론을 체계적으로 개발하고자 하였다.

분석은 근거이론접근의 개방코딩(open coding), 축 코딩(axial coding), 이론적 선택(theoretical sampling)을 단계적으로 거치면서 분석하였다. 특히, 선택 코딩에서 정련된 범주들의 연관성을 토대로 6C’s 패러다임의 모형을 적용하여 비교 및 대조 작업을 진행하였다. 6C 패러다임은 특정 현상에 대한 설명을 원인-결과 모델로 제시해주며 원인적 요인(causal condition), 맥락적 특성(context), 주요 현상(core phenomenon), 부가적 중재 요인(conciliatory condition), 공유요인 및 전략(covariance/strategy), 그리고 결과(consequences/result)로 구성되어 범주 간의 관련성을 설명하는 역할을 한다(Glaser & Strauss, 2017). 복합만성과 관련된 개념들을 추출하기 위해 근거이론 방법으로 추출하되, 서술에 있어서는 주제 분석을 활용하였다.

5. 질적연구의 타당성 확보

본 질적연구결과의 타당성 확립을 위하여 질적연구 평가 기준인 신뢰성(credibility), 적합성(fittingness), 감사 가능성(auditability), 확증성(confirmability)을 높여 연구의 질적 수준을 확보하고자 하였다(Squires & Dorsen, 2018). 먼저, 신뢰성을 확보하고자 연구 현상을 풍부하게 표현해 줄 수 있는 참여자를 유목적으로 선정하였고 참여자들이 경험한 현상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면담 내용의 누락이나 왜곡이 일어나지 않도록 연구자는 면담이 종료된 후 각 참여자와 면담내용을 재확인하였다. 또한, 참여자에게 필사 내용과 분석결과를 보여주고 참여자가 경험한 바를 충실히 포함하고 있는지를 참여자 검증(member check)을 수행 하였고, 연구결과가 자신의 경험을 충분히 반영하였다고 동의절차를 진행했다. 적합성 충족을 위해 참여자들의 진술이 반복적으로 나타나 새로운 내용이 나오지 않아 이론적 포화에 도달했을 때까지 자료수집과 분석을 순환적으로 진행하였다. 또한 연구자간 주 1회 이상 정기 연구모임을 가져 연구자간 협의를 통해 주제를 도출하였다. 감사가능성을 충족하기 위해 연구자는 현장 노트를 작성하여 연구방법과 자료의 수집 및 분석과정을 상세히 기술하였다. 마지막으로 확증성은 신빙성, 적합성, 감사가능성을 확립함으로써 편견을 줄이고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확보할 수 있다. 연구자는 자료수집과 분석에서 연구자의 가정을 괄호 치기(bracketing)하며 선입견을 배제하고자 의식적으로 노력하였다.

6. 윤리적 고려

자료수집 전 면담 참여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I병원 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심의(HIRB20150918)를 거쳤다. 면담을 시작하기 이전에 참여자에게 연구의 목적과 면담 방법을 정확히 밝히고, 모든 자료는 연구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되거나 연구자를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유출되지 않으며, 개인의 비밀을 보장한다는 사실을 설명하였다. 또한 언제라도 불이익 없이 연구참여를 철회할 수 있음을 안내하고 나서, 자발적 참여에 대한 동의를 받고 면담을 수행하기 직전 다시 연구자가 설명하였다. 자료의 누락과 오기의 방지를 위해 참여자의 허락을 받고 녹음을 진행하였다.


연구결과

복합만성질환자 22명과의 면담자료를 근거이론의 분석단계에 따라 개방 코딩을 시행한 결과, 11개의 카테고리(404개의 개념, 108개의 하부 개념)를 도출할 수 있었다. 이에 근거하여 복합만성질환자의 복합만성적 질병의 특성과 의료이용 양상에 관하여 중심현상을 도출하였다.

복합만성질환자가 의료이용을 통해 질병을 관리하기 위해 취하는 전략을 탐색한 결과, 중심현상은 “내일의 고통을 덜기 위한 임시방편의 차선책”으로 도출되었다. 만성질환이 완쾌될 조짐은 보이지 않은 채, 몸이 계속적으로 자꾸 아파오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불안감을 해결하고자 하는 요구가 복합만성질환자에게 존재하였다. 복합만성질환자는 여러 가지 증상을 야기하는 만성 질환이 악화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으로 정기적으로 병원방문을 통해 심리적 위안을 삼고 있었다. 중심현상을 일으키는 인과적 조건, 집단들이 의료이용이라는 행위를 택하게 되는 전략, 해당 전략으로 인한 결과 및 이러한 구조를 설명하게 되는 맥락적 조건을 Figure 2로 나타내었다.


Figure 2. 
The structure of the use of medical service in patient with multimorbidity.

1. 인과적 조건: 생애사적 사건, 일과 건강의 부조화

본 연구를 통해 복합만성질환자들의 의료이용을 탐색한 결과, 복합만성질환자들에게 있어서 만성질환이 발생하게 되어 의료이용으로 연결되기까지 가장 먼저 선행되는 인과적 조건은 ‘생애사적 사건’과 ‘일과 건강의 부조화’로 도출되었다. 인과적 조건에 해당되는 질병의 발생 계기는 연구참여자의 삶을 살아온 방식을 그대로 투영하여 드러내고 있었다. 세분화한 범주로는 ‘과거 의 몸으로 돈을 벌었던 직업’, ‘다자녀 출산’, ‘가정사: 가족 상실로 인한 외로움’, ‘고질적으로 가지고 있던 선천적 질환’, ‘송사: 법정에서의 대치’, 그리고 ‘현재의 고단한 직업’으로 나누어졌다. 과거 육체적 노동이 반복되면서 신체적 건강을 챙길 여력이 되지 않았는데, 현재까지 이어지는 직업의 고단함이 몸 안에 상존하고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건강을 통해 생기를 유지하는 것과는 간극이 존재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를 ‘건강과 일의 부조화’라고 범주화할 수 있었다. 또한 연구참여자들의 가정의 파괴 또는 가족구성원의 상실 등을 비롯한 가정불화와 송사, 다자녀 출산은 ‘생애사적 사건’으로 범주화되었다.

자신의 건강보다 일을 중요하게 여겨야 했던 가장으로서의 책임, 부모로서의 헌신은 연구참여자 개인의 가치관과 성향을 드러내고 있었다. 1960년대와 1970년대의 경제적 압축 성장기 시대를 살아가야 했던 연구참여자들에게 있어서 과거에 자신의 안위를 쫒기보다는 향후 자식의 자식인 후세대를 위한 헌신적 동기가 이러한 육체적 노동을 지속하는데 원인적 동기를 제공했을 것이다.

나이 먹어서라기보다는, 젊었을 때 일했던 것이 저를 지금 이렇게 만들었나 싶어요. 심하게 말하면, 옛날 어르신들 말씀이 골병이라 그러지, 근데 이제 그런 증세로 인해서 관절이나 이런 고통이 제게 지금 발생하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연구참여자 19)

2. 현상: 증상의 반복, 또 다른 증상의 출현

참여자들의 서술한 자료로부터 ‘복합만성질환자가 의료이용을 하게 되는 과정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복합만성질환의 공통된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핵심 질문에 대하여 복합만성질환의 속성으로 ‘돌파구 없는 고통’, ‘연쇄 사슬적 증상’을 주된 현상으로 도출할 수 있었다. 연구참여자 9는 자신의 모습을 ‘질환이 속에 바글바글한 상태’라고 표현하여 복합적인 질환을 경험하고 있는 상태를 묘사하였다.

나는 사진 찍으면 폐도 한쪽은 휑하고, 이게 허리는 허리대로 문제야. 옛날에 인공뼈에 관절 넣어가지고 있고 그랑께 누구말대로 겉만 사람이지 속은 바글바글해.(연구참여자 9)

참여자들에게 만성질환이 자리함으로써 지속적으로 신체적 불편함과 실질적 통증을 안겨주는데 반해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분명한 원인과 해결할 수 있는 확실한 치료법이 보이지 않았다. 이에 복합만성질환자들은 지속적으로 순환 반복되어 끝이 보이지 않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만성성을 해결하고자 치료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합병증이 생기는 연쇄성을 가지고 있었다.

연구참여자들은 증상이 반복되는 상태를 빠져나올 수 있는 돌파구가 없다는 사실을 경험하면서 의학이 아닌 전통 민간요법 등 새로운 치료방법을 갈구하기도 하였다. 그러던 중 이전의 증상과 또 다른 새로운 증상이 나타나게 되면 연구참여자들은 건강회복의 불가능을 체감하며 침체기를 겪기도 하였다.

특히 병원에서의 치료를 진행하면서 이런 절망감은 더 두드러졌는데 이는 단일 질환에 비해 더 많은 치료를 받거나 입원을 반복해야 하는 데에 대한 부담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었다. 연구참여자 12는 연속적인 만성질환의 발생으로 계속적으로 치료와 수술을 반복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 진저리가 난다고 언급하였다. 특히 “병원단골”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자주 병원에 가게 된 상황을 표현했다.

아들이 또 뭐 아프면 나한테 와서 엄마 어디가 아파 이러니깐 아주 병을 내가 아우 아주 병원이 I병원 단골이야. 맨날 입원하고. 일 년에도 몇 번씩 진저리가 나. 아주 병원 죽 먹기 싫어.(연구참여자 12)

3. 맥락적 조건: 분절적 진료

복합만성질환자가 병원방문을 지속해야 하는 현상에서 선행되는 맥락적 조건이자, 의료이용 과정이 일어나는 구조적 장으로서 ‘분절적 진료’가 존재하였다. 동일한 환자를 증상에 따라 각각 세분화하여 따로 병원진료를 하다 보니, 환자의 치료 목표를 공통적으로 설정해주거나 지속적으로 관리하기보다는 증상완화적인 임시방편적 처방 위주로 이루어진다고 받아들였기에, 환자들은 병원에 가도 답답하다고 표현했다.

연구참여자 3은 팔꿈치 통증으로 병원을 찾아가 정형외과 진료를 받으며 물리치료를 1년가량 꾸준히 받았지만 호전되지 않았다. 하지만 의사가 팔의 통증을 적극적으로 낫게 해주려는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해당 증상으로 병원에 계속해서 오는 것을 권하는 수준에서 의료서비스 제공이 지속되고 있었다. 결국 연구참여자 3은 다른 병원 다른 진료과인 재활의학과로 바꾸어 진료 받았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병원이 오히려 사람을 붙잡는다고 말하고 있었다.

(병원이) 사람을 붙잡고 있는 거 같아요. 병원에서. 되질 않는데 계속 오란 얘기야. 계속 가가지고 거의 1년 가까이 물리치료 받고 뭐 계속 했는데도 그 낫지도 않고 이래서 하다가 아휴 내가 포기한다 하고 안 다녔는데 그러고는 이제 재활의학과를 간 거예요.(연구참여자 3)

각 진료과별 통합이나 병원간의 네트워크가 형성되거나 한 명의 환자를 전체적으로 보는 통합 의료서비스 제공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더욱이 주치의나 담당의 등을 통한 의원과 상급 종합병원 간 환자 의뢰체계가 정립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환자들은 자신이 스스로 병원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율권이 주어졌지만 환자의 특성에 맞는 의료기관선택에 대한 적절한 가이드는 제공되지 않고 있었다.

4. 전략: 현상유지의 수단으로서의 의료이용

복합만성질환자가 의료이용이라는 현상을 다루고 조절하는데 사용하는 전략은 ‘현상유지의 수단으로서의 의료이용’이었다. 연구참여자들은 신체적으로 또는 정신적으로나 더 이상 아프지 않기 위한 수단으로서 ‘잦은 의료기관 이용’이라는 전략을 사용하였다.

복합만성질환자에게 있어서 의료기관 방문은 질병을 완쾌한다기보다는 통증을 완화하고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일상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연구참여자들에게 의료기관 방문은 특정한 방문 사유가 없어도 하나의 일과처럼 받아들여져, 정기적으로 질환의 경과를 확인하고 약물을 투여 받고 합병증의 예방적 검사를 시행하러 가는 일상이었다.

(병원에) 정기적으로 갔죠. 증상에 관계없이. 거의 그것이 이렇게 뭐. 어~어쩌다가 간헐적으로 오는 게 아니라 정기적으로 검진 받고, 정기적으로 약물 타는 병이었기 때문에. 고혈압 말고도 다른 모든 질병들이. 제가 앓았던 게. 예를 들어서 뭐, 모든 게 뭐. 갑상선도 그랬고. 망막, 눈 안에 이런 것도 정기적으로 검사를 하고. 퇴행성관절염도 한 달에 한번 이상 꼭 와야 되고, 대상포진 후 신경통도 그렇고. 모든 병이 정기적으로 올 수 밖에 없는 그런 거였죠.(연구참여자 14)

연구참여자 14또한 정기적으로 병원방문을 통해서 질환의 경과를 확인받고 약을 처방받아 가고 있었다. 하지만 의료기관이 모든 것을 해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수간부터는 질병의 완쾌를 단념하게 되면서 의료이용에 수동적으로 순응하면서, 오히려 병원의존성이 커져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신체적 혹은 정서적 변화를 병원이용으로 해결하려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사고의 근저에는 질병을 다소 숙명적으로 받아들이는 관점도 작용하였다. 면담 참여자들은 세월 자체가 아픔 또는 고통을 주는 것이라고 여기며 나아질 수 없다고 단념하였다.

죽을 때까지는 병원에 댕길 거 같은데? 죽어도 여기 병원으로 오든 그럴 거 같은데.(연구참여자 19)

연구참여자 19의 면담자료에서처럼 병원이라는 장소는 죽기 전까지인 평생뿐 아니라 죽는 순간과 사망이후까지 일생의 전반에 영향을 미칠 만큼 연구참여자들의 면담에서는 병원이 질병관리에 있어서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복합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면담내용에서도 병원은 치료를 해주는 고마운 공간이었고 병원이 없으면 일상 유지가 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얘기되었다. 복합만성질환자는 실제로 병원을 지속적으로 그리고 빈번하게 이용할 생각이 있다고 표현하였다.

절망감, 체념, 두려움, 외로움 등의 다소 부정적 감정들이 고통을 뒤따르는 질병감정들로 복합만성질환자들에게 존재하였고 또한 자아정체감의 변화도 수반되었다. 복합만성질환자는 여러 가지 다양한 질병을 가지고 있는 자신을’ 환자 중의 환자',’종합 병원’,’불완전 정상인’ 등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복합만성질환자들은 완치가 불가능한 질환을 받아들이면서 질병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자아정체감이 변화되는 과정을 최종적으로 수용하기도 하였다. 일종의 적응과정을 통해서 질병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통합의 과정을 지향하게 되었다. 연구참여자 10은 천식, 무릎통증을 가지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서 모든 질환이 자아에 걸쳐져 있으며 그 모습이 바로 자신이라고 표현했다.

나는(질병이) 다 똑같다고 생각해. 왜냐하면 현재 내가 지금 몸에서 이게(자신을 가리키며) 내 자신이 지금 앓고 있는 게 이거니까(중략) 다 내 몸 안에 병들이 있는데, 그게 나에요.(연구참여자 10)

5. 중재적 조건: 환자-의료전문직 관계, 가족/사회적 지지

복합만성질환자의 의료이용 전략에 영향을 미치는 중재적 조건은 ‘환자-의료전문직 관계’와 ‘가족/사회적 지지(주변 사람 준거체계의 지지)’였다. ‘환자-의료 전문직 관계’에서 환자가 의사에 대해 불신하게 되면 자신에게 진단된 질병상태를 수용하기보다는 새로운 치료방법 혹은 다른 의료기관 탐방을 갈구하였다. 불치병을 돌파하고자 대체의학, 보완의학 등을 탐색하는 과정도 포함되었다.

전문적이고 권위적인 의사의 모습을 존경하면서도 ‘도떼기시장’ 같은 병원에서 의사를 촉박하게 만나게 되는 상황에서 결국은 틀에 박힌 정형화된 응답을 받으며 냉담함을 느꼈다. 또한 다시 병원에 오는 것을 해결책이라고 제시하는 의사의 권유를 들으며 복합만성질환자들은 질병이 낫지 않는 것에 대해 의사에게 잘못이 있다고 받아들였다. 의사에게 있어 병을 고치는 것이 가장 큰 직무이자 책임이라고 여겼다.

한편, 가족과 친지를 포함하여 각종 모임에서 만나는 주변 사람들과의 준거체계(lay referral network)의 지지 부족은 환자의 증상경험 공유나 건강상태와 진료방향에 대한 일상적 상담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식사를 비롯한 건강관리를 위한 일상생활습관에서 관리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생활 반경 내 일상적 관리가 필수적이라 할 수 있으나, 이들에게 있어 주변 친지로부터의 지지 부재는 환자의 식이와 운동 등 건강관리가 일상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하였다. 운동을 하기는 하지만 자신의 특성에 적합한 운동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며, 일상생활에서 스스로 관리하는데 소극적이었고 병원방문을 통해 해결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연구참여자와의 면담을 통해 자식의 보살핌과 챙김 등으로 인해 가족과 사회적 지지가 회복되었을 때에 비로소 자신의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의료이용 외의 일상적 자가 관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면담대상자 가운데 딸의 도움으로 잡곡밥을 먹기 시작하고, 재혼한 뒤로 아내가 챙겨주는 도시락을 먹기 시작하면서 균형적으로 식사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반해, 지침이 없는 상태에서 상담할 사람이 없다는 사실은 의료이용을 하거나 자가 관리를 함에 있어서 어려움을 동반할 우려가 다분했다. 이러한 정보의 공백을 메워주는 것으로 단선적인 대중매체 프로그램 혹은 상업 기관 후원의 대중 매체 프로그램이 자리할 우려가 있었다. 새로운 치료기술을 소개하거나 의료기관방문을 권유하는 대중매체에 노출되게 되면서 그전의 의료기관 이용 양상에 또 다른 변화를 가져오는 새로운 의료기관 방문이 추가적으로 생성될 우려가 있었다.

6. 결과: 병원에서의 관리와 별개인 일상생활

연구참여자들은 통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의료이용이라는 수단을 임시적으로나마 획득함으로써 일상적인 실생활에서 질병관리를 수행해야 하는 의무감을 덜고 있었다. 즉, 주체성이 상실된 채로 의료기관 방문에 순응한 상태였고, 질병관리가 일상생활과 연결되어 통합적으로 이루어지지는 못하는 어려움에 봉착하였다. 불확실한 미래를 통제하지 못하는 무력감과 계속 아파올 것에 대한 불안으로 절망감에 빠지기도 하였다.

복합만성질환자들은 자신의 특정 질환으로 야기되는 증상의 반복적 체험을 통해서 증상 호전 및 악화 요인에 대해서 체화한 경험을 바탕으로 건강상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자신의 신체 건강상태를 민감하게 반응하고 위협적 요인을 선제적으로 방어하는 방향으로 의료이용이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자신의 신체건강관리와 긴밀하게 연결 짓지는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 의

본 연구는 복합만성질환자가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전개양상이 어떠한 양태로 형성되어 있는지, 그리고 사회 지지 및 의료전문직간의 관계 등 보건의료체계 구성요소와는 상호 어떻게 관련되는지에 대해서 탐색하기 위해 근거이론의 6C를 활용하여 탐색하였다. 복합만성질환자의 복합 만성적 질병의 특성과 의료이용 양상에 관하여 중심현상을 도출한 결과, ‘내일의 고통을 덜기 위한 임시방편의 차선책’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의 분석 결과에 의하면, 단순히 병의 개수가 많을 때 의료이용이 많아지는 것이라기보다는, 복합만성질환자의 ‘만성질환의 중복 및 상호 교차되는 경험’으로 인해 특정 건강요구가 별도로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이것으로 인하여 의료이용이 많아지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먼저, 복합만성질환자는 만성적 질환을 진단받는 단계에서 완쾌할 수 있는 치료방법이 없다는 것을 부정하면서 진단을 새로이 받거나 또는 다른 치료방법을 알아보는 과정이 수반되었다. 한 가지 증상으로 다수의 진료과와 의료 기관 방문이 이루어지는 시기로, 여러 의료기관을 탐색하면서 의료이용이 증가하였다. 이들은 이러한 전략을 계속해서 구사하면서, 질병이 만성적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겪고 경과가 악화될 것을 우려하여 병원에 다니는 행위로 자신의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증진할 수 있다고 믿으며 심리적 위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우리나라 복합만성질환자가 질병관리에 있어 자가 관리보다는 의료이용에 보다 치중되어 있는 것을 의미한다. 캐나다 퀘벡 주에서 복합만성질환자의 경험을 탐색한 연구(Duguay, Gallagher, & Fortin, 2014)에서 복합만성질환 경험을 ‘일찍 나이 듦’,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복잡한 관리’ 등으로 추출되었는데, 이들은 정해진 시간에 약을 복용하고 생활습관을 바꾸는 자가 관리를 의료이용만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고 진료예약은 자가 관리의 한 부분에 불과하였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차이를 보여주었다.

또한 스코틀랜드의 주치의(General Practitioner, GP)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복합만성질환에 관한 연구에서도 복합만성질환자들의 건강관리에 있어 어려운 점이 단지 질환자체보다는 복합만성질환자들의 일상생활에서 마치 “빙하”와 같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고 도출된 바 있어(O’Brien, Wyke, Guthrie, Watt, & Mercer, 2011), 평소 일상생활에서의 건강증진을 추구할 수 있는 통합적 케어가 보다 필요한 부분일 것이다(Wallace et al., 2015).

복합만성질환자들의 의료이용에서 중재적 전략으로,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 그리고 ‘사회적 지지’가 사용되었다. 만성질환자의 의견을 존중하는 형태인 환자 지향적 커뮤니케이션은 신뢰형성뿐 아니라 건강지향적인 행동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었으며, 삶의 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매개요인으로 작용하였다(Lee & Choi, 2018). 환자-의료전문직 간 대등한 상호협력관계를 구축하여 서로 공유된 목표를 설정하고 일상적 수준에서 건강관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장기적 동반 관계를 형성해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한편, 주변 사람들의 준거체계를 통한 지지 혹은 공유되는 정보가 부재한 상태에서 복합만성질환자는 홀로 질병관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특정 지침이 없는 상황에서 민간 자본에 의해서 건강(또는 의료)의 상품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어 다양하고 복잡한 증상을 경험하는 환자는 해당 정보를 올바르게 해석하고 치료 결정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Lee, 2018). 복합만성질환자들은 자신의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 것에 몰두되어 다른 병원이나 치료법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 복합만성질환자들이 의료기관에 의존하지 않고 환자의 상황에 대한 선 이해를 증진하기 위해서 간호 및 진료가 이루어지는 임상현장에서 환자의 무지를 계몽해야 한다는 의료인 중심의 의사소통을 지양하고, 환자의 요구를 먼저 파악하는 환자 지향적 의사소통의 실천이 필요할 것이다.

복합질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연구에서 이러한 ‘의료이용의 일상화’를 전략으로 구사하게 되는 근저의 맥락에는 ‘분절적 진료과별 의료서비스 제공’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향후 보건의료체계의 개선방향을 뚜렷이 보여준다. 환자의 건강을 생애초기부터 책임지고 일정 지침을 세워줄 수 있는 통합적 돌봄 여건 마련이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각 의료기관간 환자 정보를 공유하여 의뢰 및 연계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연속적 치료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본 연구를 통해 복합만성질환의 의미를 탐색해본 결과, 여러 개의 증상을 동시에 가지게 되는 복합만성질환자가 자신의 질환 및 증상을 의학적 지식과 연관 지어 이해도는 다소 낮더라도 이들은 오랜 유병기간 동안의 경험을 통해서 만성질환을 동일시하였고 동시에 민감하게 반응하였다. 그리고 증상이 악화되고 호전되는 시기 및 관련 요인을 스스로 알아채는 능동적 존재임을 확인했다. 복합만성질환자들이 신체적 고통 또는 심리적 공백을 의료기관 방문에 의존한 채 심리적 위안을 받거나 불안을 해소하지 않고, 환자가 주도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으로 건강향상을 이룰 수 있도록 향후 이들을 위한 통합건강관리 교육의 장이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결 론

본 연구는 ‘환자 중심적 관점’에서 복합만성질환자의 의료이용 과정 및 관련 맥락 등에 대하여 탐색하고자 하였다. 복합만성질환자를 규정해 온 전통적 접근인 임상의학이나 보건의료 전문가의 시선에서 벗어나 질병의 주체이자 치료의 협력자인 환자 자신을 중심에 두어 이들의 경험을 탐색하여 풍부하게 기술함으로써 향후 환자중심 돌봄 전략을 구상함에 있어 질적 근거자료로서 기여한다.

복합만성질환자의 건강 및 의료이용에 관여하는 개별 요소, 상호 관련 요인, 맥락 등은 복합만성질환자가 앓고 있는 질병의 양상만큼이나 단선적이지 않고 복잡하다고 할 수 있다. 기존 복합만성질환자에 관한 과학적 담론과 연구의 방향이 질환의 개수, 의료이용의 횟수와 같은 양적 자료에 치중하여 분석되면서 과다 의료이용을 문제시하였었다. 복합만성질환에 관한 건강 담론이 의학적 혹은 제도적으로 특정 분야에서 중점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방면에서 개인적, 집단적, 사회적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복합만성질환자의 의료이용감소를 일차적 목표로 삼고 의료기관 이용을 통제하거나 감시하기보다는, 이들이 의료이용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맥락적 요인을 이해하는 관점에서 해결을 시도하는 연구가 추후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본 연구에서 복합만성질환자의 의료이용을 중재할 수 있는 조건으로 제시된 ‘가족, 또래 이웃 간 사회적 지지’ 그리고 ‘의사- 환자와의 신뢰구축’을 통해 건강증진을 추구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활용 가능한 프로그램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만성성으로 인해 나아지지 않는 신체적 질환을 가지고 있는 이들을 위해 생애초기부터 자신의 건강을 주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생애주기가 결합된 통합적 돌봄 프로그램 등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제1저자 유수영의 석사학위논문(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2016)의 축약본임.

This article is based on a part of the first author's master's thesis from Graduate School of Public Health, Seoul National University, Korea, 2016.

본 연구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발주 ‘복합만성질환자 의료이용 분석 통한 관리 체계모형 개발 및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음.

This research was conducted as a part of the “development and pilot project of a management system model through analysis of medical use for people with multimorbidity” financially supported by the National Health Insurance Corporation, 2015.

CONFLICTS OF INTEREST

The authors declared no conflicts of 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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